나의 이야기

어머니의 기도

연실이 2013. 5. 9. 22:15

 

 

 

 

모세가 길을 가다가 한 범부(凡夫)의 기도를 듣게 되었다. 기도의 내용이 너무나도 유치하여

모세는 자기가 알고 있는 하나님의 율법대로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너로 인해 가장 간절한 기도를 못하게 했노라” 30년 전 의성군에 있는 고은사라는 절에서 80대 할머니 한 분을 만난 적이 있다. 기도를 마친 할머니가 나에게 옛날 얘기를 하셨다. 할머니가 젊었을 때 아들이 징용으로

일본의 탄광으로 끌려갔다고 한다.

아들이 걱정된 할머니는 스님에게 아들이 무사하기를 바란다면 부적 하나 써 달라고 부탁했다. 스님은 장난으로 부적은 필요 없고 매일 새벽에 동쪽을 향해 아들 이름을 세 번 부르면 된다고 했다. 스님으로부터 방법으로 들은 할머니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동쪽을 보고 큰소리로 아들 이름을 불렀다. 동네 사람들도 처음에는 시끄럽다고 말하다가 나중에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 후 해방이 되고 아들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아들은 어머니를 보고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했다. “어느 날 새벽에 탄광 갱내에서 일을 하는데

어머니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환청인가 하여 무시했는데 계속해서 들리는 것이 이상하여 혹시나 하여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 순간 탄광의 갱이 무너져 갱내에 있던 사람들은 다 죽었지만 저만 살아남았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지만 할머니는 그때까지도 그 스님 덕분에 자식이 살아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스님 덕분이 아니라 그 할머니의 간절한 기도가 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할머니처럼 옛날 어머니들은 단순하셨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으셨다. 절에 다니다가 다리가 아프면, 가까운 동네 교회에 다니셨고, 그것도 불편하시면 뒤뜰에 정한수 떠 놓으시고 기도를 하셨다. 당신에게는 다 같은 것이고, 종교는 그냥 언제나 벗을 수 있는 외투와도 같은 것이었다. 기도만 통하면 된다고 편하게 생각하셨다.

그것이 어머니의 기도였다. 그 옛날 어머니들은 많이 배우시지 못하셨어도 누구보다도 세상의 이치를 깨치고 계셨다. 간절한 마음이면 일념통천(一念通天)한다고 했던가. 지성이면 감천이고, 도량의 장소는 중요하지 않았다. 한 마음이면 이치가 통하는 것이니 형식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런 마음에 대해 법정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도량은 특정장소가 아닙니다. 도량은 곧은 마음, 直心(직심)이고 늘 깨어있는 상태입니다 좌청용, 우백호 갖춘 명당에 있어도 직심이 없으면 진정한 도량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서있는 이 자리 곧 집안, 가정, 학교, 직장이 도량이 돼야합니다. 흔히 기도가 잘 되는 곳은 따로 있다고 장소에 집착하고 착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냄새나던 변소 앞도 생각을 바꾸니 내 도량이었습니다. - 법정- 지난 10일 대학수학능력시험 날, 또 한 번 전국적으로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가 있었다.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가고,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가고도 남다고 한다. 그러면 어머니의 향기는 얼마나 멀리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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